학동길
2011.11.13 03:27:43 조회1612
2011년 11월 13일 일요일
어제, 토요일.
오전 중에 감을 따고, 오후에는 나들이를 갔다.
봉춘네샘을 지나 군계로 나가는 길을 택했다.
예전같으면(학교 다니던 시절) 개방죽굴을 지나 군계로 나가거나, 과수원을 거쳐 군계로 나갔는데...
길들이 없어져 아쉽다.
지내놓고보니, 발전이라는 것이 대가가 너무 크다싶다.
야트막한 야산을 올라 키작은 도토리나무(졸참)들을 폴짝거리며 넘어 과수원에 가던 그 은근한 길이 이제는 찾기 어렵다.
1980년대 전남방직영암공장이 들어오고, 이어 1987년 영암농공단지가 들어서면서 경관을 온통 바꿨다.
공장을 빙 돌아 치릿저수지를 갔다.
커보이던 저수지가 꾀죄죄한 모습으로 반긴다.
몰락한 양반 모습이 저럴까......
가뭄에 저수지 바닥이 다 드러났던 68년 한해.
바닥이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 한쪽에는 여전히 물이 차 있었다.
그 이유는 저수지 한켠쪽에서 지하수가 계속 뿜어올라오고 있었기에.
쪽대를 친구들과 양쪽에서 틀어쥐고 물고기를 몰아잡던 기억이 선하다.
붕어며 빠가사리 등등......
저수지 옆에는 생뚱맞은 시멘트 포장이 있다.
아마, 묘소에 접근하기 좋게 돈있는 집안에서 길을 닦은 모양이다.
큰골 과수원(고모부 과수원, 원래는 우리집 밭이었다.)을 들려 원학동을 갔다.
원학동 뒤에는 얕은 두봉우리 산(둔덕 수준)이 있다.
난, 이게 땅뫼산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주민 얘기로는 학동큰산이라고 한다.
학동리는 1리, 2리, 3리로 나뉘는데, 학동 중에 원조라는 의미로 '원학동'이라 불린다.
행정리 명칭은 학동1리.
원학동을 지나, 금동으로 간다.
생삼결살에 쇠주 한잔 생각이 있었다.
바우댁은 차가 다니지않는 들길이 좋다한다.
허나, 요즘은 포장안된 들길이 흔치않다.
포장안된 들길 찾아 걷다보면 막히기 일쑤다.
과거에 사용되던 길들이 인적이 적어지면서 없어진게 많다.
결국 아스팔트 포장을 따라 금동에 갔다.
금동에는 돼지삼겹살숯불구이집이 세군데 있다.
그 중 한곳은 '원조'라고 돼있다.
사연은 삼거리길에서 삼겹살 장사를 잘했는데, 자기집이 아니라 옮기게 됐다고.
지금도 삼거리에서 삼겹살숯불구이를 한다.
그리고, 이집은 조금 아래에 삼겹살숯불구이를 하면서 '원조'라는 이름을 붙인다.
오늘은 삼거리집이 아닌 '원조' 집에서 들었다.
역시 원조답다.
걸어서 온 탓에 바우댁과 같이 주거니받거니.
한병을 쉽게 끝냈다.
식당을 나선 시간이, 오후 다섯시.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태뫼'를 보고 그냥 오면 되는 것이다.
신월리를 거쳐 갈곡리를 거쳐 올 수도 있다만은, 날이 어두워 학동저수지를 지나 본래 오던길로 백코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