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향기
그땐 몰랐다
해묵은 허물 벗겨내는 들판
햇빛 빌려온 가녀린 연둣빛
누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는 누굴 만나도 반갑다
외딴 집 저녁연기 걸리면
아침에 출발 했다가
노을빛에 물들어 돌아오는 산새따라
바람의 젖가슴을 만지며 찾아오는 손님도 반갑다
훤히 보이는 속마음
시간 속에 비밀한 사랑을 감추고
키 큰 미루나무 어둠 속 두런거림에
제 살 깎아 먹고 하혈하는 그믐달이
봄의 목덜미를 물고 강을 건너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그땐 몰랐다
널 사랑한다
돌아보지 않아도 네가 거기 있다는 것을
향기도 없는 네 형체의 향기를 맡으면서
강의 경계, 안으로 잠긴 내 빗장을 풀고
그곳에서는 누구라도 만나면 반가운
연둣빛 향기가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