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전남 나주의 끝단에 있는 '화탑마을'이다. 태뫼라는 산이 있는 '화산'과 고려시대 불탑이 있는 '탑동'이 합해지면서 '화탑마을'이 됐다. 우리 마을은 농촌체험마을이 되면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시골 여건에 '법인' 설립은 어려운 과제지만 마을 어른들 지혜와 나주시 지원으로 가능했다. 초대 대표는 고인이 되신 김종원 님이 맡아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셨다.
이렇게 시작된 사업은 그간 마을 터주로 여겨지는 분들이 돌아가며 법인 대표를 맡았다. 시골에서 하는 사업이라서 아무래도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이 법인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묵시적 합의의 결과였다. 그렇게 운영되던 법인이 2023년 4월 10일 총회에서 입사한지 11년차 박수진이 대표로 선임됐다. 외부에서 이주해온 새 대표는 사무장으로 시작해 상무이사로 실제 법인 업무를 추진해온 실무형 인재다.
신임 박대표가 직원으로 출발해 이사를 거쳐 대표까지 됐다는 점에서 마을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된 셈이다. 법인 발족 15년 만에 전문인 체제가 갖춰진 셈이니, 시골 마을 사업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번 총회에 모인 조합원님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특히 젊은 이장님의 세련된 질문과 거기에 대한 새 대표의 답변 등이 앞으로 전개될 마을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이장은 마을의 행정적 대표로서, 체험마을위원장은 농촌체험마을 대표로서, 법인 대표는 수익사업의 대표로서 마을 운영의 근간이 잡힌 것이다.
시골 마을은 모든 일이 법리대로 풀어갈 수는 없다. 공동사회의 가치 실현도 있어야 하기에 각자 위치에 걸맞는 일들을 수행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정의적 결정'도 해야할 것이다. 날로 고령화되는 농촌에 체험마을과 수익 사업의 주체인 영농법인, 그리고 마을 수장으로서의 '젊은 이장' 등이 마을의 활력의 기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법인의 새 대표로 선임된 박수진 대표를 뜨겁게 환영하면서, 마을 주민의 일원으로 축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