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각앞 은단풍이 볼라벤의 거센 바람에 넘어졌다.
은단풍은 단연 마을의 넘버원이었다.
넘버원은 덕산할아버지(종철씨 할아버지)가 장성에서 얻어온 나무라고 한다.
팔뚝만한 어린 나무가 세월이 흘러 두아름 정도되는 큰 나무로 컸다.
넘버원은 28일 새벽 태풍에 무너졌다.
동각으로 넘어지던 넘버원은 버즘나무(넘버투)가 버텨준 덕에 방향을 튼다.
넘버투 덕에 동각 귀퉁이만 상했다.
넙버투는 넘버원 때문에 비스듬히 기울었다.
동각이 위험하다고, 관에서 넘버투의 밑둥을 잘랐다.
마을과 동각을 위해 생명을 다하는 마지막까지 봉사한 넘버투의 밑둥짤린 모습이 안타깝다.
넘버원 넘어진 밑둥은, 일부가 썩었다.
아스팔트포장과 땅을 돋아 박은 정원석 때문에 뿌리가 제대로 뻗지 못했다.
넘버원은 사라 이후 53년만에 나타난 볼라벤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넘버원은 주민들에게 말한다.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라는...
<은단풍의 밑둥>
<넘버투 버즘나무의 마지막 모습>
넘버원과 넘버투의 마지막 모습을 두고보자고 이장님께 건의했다.
넘버원에서는 마을에 큰 상처를 남긴 볼라벤의 기억을.
밑둥 짤린 넘버투의 모습에서 마을과 동각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마을 주민 모두가 기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