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기사][레이디경향] [주말에 떠나는 가족여행]영산강 물결을 따라 흐르는 2천년 시간 여행-전남 나주
2009.07.08 08:44:31 조회1428
생명의 땅 나주라고 했다. 역사가 깊어 천년 고도라 했다. 호남의 곡창인 나주평야와 온 세상을 품어 유유히 휘감아 흐르는 영산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 1천 년 동안 호남의 웅도로 문화와 정치, 경제를 선도해온 곳. 임진왜란 때 가장 먼저 의병이 일어나고, 민주화를 외치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가 되었던 곳. 뜨거운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곳, 나주에서 기축년 새해를 시작해보자.
나주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의 숨결, 그리고 정직하면서도 맛깔스러운 먹을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주와 나주를 지칭해 전라도라 불렀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구석기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이 남긴 역사적 자취들이 곳곳에서 살아 숨 쉰다.
영산강, 나주호, 불회사 등 눈길을 돌리면 닿는 곳 모두가 가슴을 뻐근하게 만드는 절경이다. 게다가 테마파크, 스파, 체험 활동 등 즐길거리와 맛집이 가득하다. 남녀노소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기에 겨울방학을 맞아 떠나는 가족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굽이굽이 흐르는 유려한 곡선을 따라 마음을 뉘는 감상 여행비단고을 나주(羅州)의 풍경에 젖어드는 영산강과 나주호광주, 전남 8개 시군을 관통하는 영산강은 호남의 젖줄. 끝없이 펼쳐진 호남 들녘을 넉넉히 휘감아 도는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상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강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큰 재미. 겨울에는 억새와 어우러진 풍요로운 들판과 강물이 마음 한구석을 아련하게 적신다. 특히, 일몰 시간 붉게 타들어가는 강물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지난 6월부터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을 둘러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나루터를 돌며 영산강의 옛 정취를 느껴볼 수도 있다. 단, 겨울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나주댐의 완성과 함께 준공된 인공호수인 나주호에서는 어스름 물안개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절경을 감상할 만하다. 나주호의 붕어와 잉어는 주변에 우거진 비자나무 숲 덕택에 기생충이 없다고 알려져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최고의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산자락 끝에 매달린 풍경이 아련한 겨울 산사 불회사와 미륵사백제 침류왕 때인 366년 인도 승 마라난타가 세웠다는 불회사는 백제의 불교 전파 경로를 밝히는 중요한 사료로 꼽힌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진 편백 숲을 거닐면 머리가 맑아진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산수를 자랑하는 불회사는 종이로 만든 부처가 모셔진 대웅전과 절 입구에 세워진 석장 승이 유명하다. 백제 성왕 22년에 지어진 미륵사에서는 철천리 석불입상과 칠불석상을 봐야 한다.
보물 제462호로 지정된 석불입상은 고려시대 초기 유행하던 거불 양식을 보여준다. 옛날에는 불상의 동자상을 돌려 잘 돌아가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 여인들이 치성을 드렸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조상들의 숨결을 찾아 느끼고 배우는 역사 여행나주 목사가 되어 한옥에서 보내는 하룻밤 목사내아문화재자료 제132호로 지정되어 있는 목사내아(內衙)는 목사가 정무를 보던 관아의 근처 살림집이다. 목사는 고려와 조선시대 행정구역 목(牧)을 맡아 다스린 정3품 문관이다. 오늘날로 따지면 도지사 정도가 되는 셈. 목사내아는 나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유적으로 조선 후기 상류층의 생활공간을 엿볼 수 있다. 전통양식인 한옥 ㄷ자형으로 지어졌으며 평면 구조로 되어 있다.
나주시는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이곳을 군불을 땔 수 있는 온돌방으로 바꾸고 생활 시설을 마련해 관광객들이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 뜨끈한 아랫목에 등을 대고 누워 온 가족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전통 한옥이지만 화장실, 샤워실 등이 현대적으로 잘 마련되어 있어 불편함은 전혀 없다.
귀중한 유적을 찾아서 금성관, 영모정, 남고문 등금성관은 나주목의 객사 건물로 중앙에서 관리들이 내려오면 머물던 곳이다. 금성관 정문 망화루는 안타깝게도 일제시대 때 없어졌으나 최근 복원되어 찾아볼 만하다. 조선시대 문장가로 이름난 백호 임제 선생이 글을 짓고 사람을 사귀었던 곳이라는 영모정은 정자 아래로 흐르는 영산강과 주변의 느티나무가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국내 현존하는 향교 중 규모나 격식 면에서 가장 우수한 건축물로 평가받는 나주향교, 나주의 관문이었던 정수루, 삼국시대 고분군 등도 직접 찾아보도록 하자. 한양처럼 동서남북에 성문을 설치한 나주읍성은 호남의 대표적인 읍성. 현재 남고문과 동점문이 복원되어 있는데, 밤에 찾으면 색다른 느낌으로 접할 수 있다.
평생 가슴에 새길 생생한 추억을 한가득 체험 여행하늘빛 바람에 실린 천 년의 빛깔 천연염색문화관천연 염색의 전통 계승 및 발전을 위한 전시와 교육, 체험 공간이 마련된 천연염색문화관은 관련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쪽을 재배하기 적합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일찍이 쪽 염색이 발달한 이곳에서는 각종 생활 소품부터 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천연 염색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중요무형문화제 제115호인 염색장 보유자 정관채 선생의 공방에서는 석회, 잿물 등 매염제를 만드는 과정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으며 간단한 쪽 무늬 염색과 간색 염색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치자, 쪽, 황토 등의 염료를 이용해 아이들은 손수건을, 어른들은 스카프나 넥타이를 만드는 주말 체험 프로그램이 특히 인기다. 액세서리를 만드는 규방 공예 체험,
액자를 만드는 판화 체험 등도 놓치지 말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겨울 오후 5시) 관람료 무료 / 천연 염색 체험료 : 사용 염료에 따라 5천~3만원(예약 필수)
문의 061-335-0091, 체험 문의 061-332-2684
웅장한 고구려의 기상을 만나는 곳 나주 영상테마파크4만5천 평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나주 영상테마파크는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주몽’과 ‘태왕사신기’의 촬영지로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단순한 드라마 세트장을 넘어 전통 복식 체험, 활쏘기 체험, 승마 체험 등 조상들의 전통과 숨결을 잇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최근에는 주몽의 손자 대무신왕의 일대기를 그린 KBS-2TV 드라마 ‘바람의 나라’를 촬영하고 있으니 드라마 속 장면들을 따라 곳곳을 둘러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특히, 영산강과 나주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조성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지난 12월 중순부터 재개장하면서 다양한 오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이 기회를 활용한다면 두 배로 알찬 체험을 할 수 있겠다.
입장료 성인 3천원 / 청소년 2천5백원 / 어린이 1천원, 문의 061-335-7008
넉넉한 인심과 정성스러운 손맛이 묻어나는 맛집을 찾아서 맛 여행고집스러운 시간이 만들어내는 곰삭은 맛 젓갈한동안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젓갈 파동 속에 몇 안 되는 ‘안전한’ 곳으로 평가받은 공산면 금강토굴 젓갈. 길이 8km(연장 길이 48km) 토굴 안에서 숙성된 새우젓갈과 멸치젓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냉기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젓갈을 숙성시키기 때문에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것.
김치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최적의 숙성 환경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장님이 고집스럽게 정도를 걸으며 지켜온 곳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의 젓갈만을 사다가 김치를 만드는 식당이 전국 곳곳에 있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은 곳이다. 금강토굴 061-335-5582
일등 재료와 차별화된 노하우로 만드는 맛 맛의 거리나주를 대표하는 맛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나주곰탕이다. 나주 5일 장터에서 소를 잡고 나온 내장과 고기로 육수를 내어 국밥으로 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뽀얀 국물의 보통 곰탕과 달리 나주곰탕은 말갛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 사골을 먼저 곤 국물에 다시 양지나 사태를 삶아 국물을 만들고, 그 날 잡은 1등급
한우를 삶아 만들어낸다.
조미료 대신 3년 정도 묵혀 간수가 빠진 소금 간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홍어는 흑산도나 목포를 원조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부터 홍어의 본가는 나주 영산포였다. 흑산도 등지에서 홍어를 잡아 배에 실어 영산강 뱃길을 따라 올라와 닻을 내리면 그 사이 자연 발효된 홍어가 독특하고 절묘한 맛을 냈던 것. 영산포에 홍어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고, 매년 4월 홍어축제도 열린다.
갯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인 구진포는 바다와 강을 오가는 장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고단백 스태미나음식인 장어는 비타민 A와 지방이 풍부해 건강 회복에도 좋다. 다시면 가운리 구진포 삼거리에는 20여 곳의 장어집이 모여 장어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구진포 장어는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더욱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남평곰탕 061-334-4682, 대승장어 061-336-1265
전통과 일상에 깃든 깊은 맛 박경중 가옥과 화탑마을나주시 남내동에는 개인 주택 단일 건물로는 가장 크고 오래된 양반 가옥이 있다.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53호인 박경중 가옥은 현재 살고 있는 박경중씨의 6대조가 잡은 터에 4대조인 박재규씨가 지은 전통 가옥이다. 실제로 박경중씨가 살고 있으면서 대부분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다.
올해 국가지정 문화재로 승격을 앞두고 있으며, 문화유산상을 수상하기도 한 곳. 특히 이곳은 가옥의 사랑채를 식당으로 활용해 손님들에게 남도정식을 대접하고 있다. 30여 가지가 넘는 기본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지며, 하나같이 맛깔스러운 손맛이 들어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또 배 생산지로 잘 알려진 화탑마을에서는 최근 마을에서 직접 농산물 판매장을 만들어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직접 기른 암소를 선별해 A++ 등급을 받은 것만 판매한다. 고기를 사서 마을에서 마련한 회관으로 가지고 가면 600g당 5천원의 세팅비를 내고 구워먹을 수 있다.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급의 쇠고기를 맛볼 수 있어 화제가 되는 곳이다. 함께 나오는 반찬과 채소도 모두 이 마을에서 직접 재배하고 만든 것이다.
전통식당 사랑채 061-333-0116, 화탑마을 농산물 판매장·한우 직판장 061-337-2800
레이디경향 2009년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