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손볼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태뫼안길을 걸었다.
태뫼길을 태뫼안길과 태뫼바깥길로 나누어 가벼운 행보는 태뫼안길, 좀 먼 행보는 태뫼바깥길을 택한다.
아예 태뫼를 한바퀴 도는 길은 태뫼길로 명명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태뫼안길.
제일 먼저 만나는 깔딱고개.
작년에 낸 길인지라 상수리나무에 두릅 어린묘가 눈에 띈다.
<깔딱거리며 올라가는 경사가 있는 깔딱고개>
태뫼정상은 숲에 가려있다.
쉼터는 부끄럼 많은 새색시같은 모습으로 숨어있다.
<정상에 있는 태뫼쉼터>
목포쪽 경관을 잠시 훑고 태뫼사거리를 향한다.
어라~ 어제 보였던 진씨아저씨 의자가 없다.
사거리에 이르니, 진씨아저씨 의자는 두릅밭 속으로 옮겼다.
진씨아저씨는 트인 전망을 찾아 의자를 여기저기 옮기신다.
녹음이 우거지면서 장소가 자꾸 바뀐다.
<두릅밭길로 옮기 진씨아저씨 의자>
진씨아저씨 의자에 잠시 앉았다가, 안태뫼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안태뫼입구인 삼거리길에는 달원이네 과수원과 판길이네 과수원이 있다.
달원이네 과수원 울에는 인동이 많다.
금은초화라고도 불렸다는 인동은 겨울을 참고 이겼다는데서 이름이 정해졌단다.
'인동초'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후광선생.
인동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분이다.
<달원이네 과수원 울타리를 수놓은 향기로운 인동>
판길네 과수원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소나무길.
이 소나무숲이 아늑하게 마을을 감싼다.
이곳에는 옻나무가 많다.
소나무길이 끝나는 곳에는 옛친구의 흔적이 서린 밭이 있다.
순철이는 참 고마운 친구였다.
고등학교를 갓나온 나에게 공부를 가르쳐달라고도 했다.
내가 그럴 능력이 없었는데도, 며칠간 같이 공부를 했다.
그러나, 군대가서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마쳤다.
마을 뒷나들목에는 마을에서 인기가 높은 종태아제가 산다.
종태아제집 대문에는 장미가 이쁘다.
종태아제집에는 토실토실한 토끼와 한창 기운을 탄 닭들이 있다.
개도 있다.
연탄도 있다.
뭔가 열중하고 있는 아제는 내가 부르는 소리도 못듣는다.
귀가 어두워졌다.
<장미가 이쁜 종태아제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