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짧은 동화
노랑꽃 머리핀
나는 돌멩이가 많은 시골에서 태어났다
어느 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을날 낙하산을 타고
도시까지 날아와 높은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추락 하다 담과 길 사이 갈라진 틈으로 내려앉았다
내 꼬리에는 나비의 날갯짓과 제비꽃의 지문이 묻어 있었고
춘삼월의 노래가 새겨진 아이의 노란 머리핀까지 새겨 있었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던 영혼이 차가운 봄비의 암호를 해독하자
모세혈관처럼 하얀 뿌리가 돋아나 갈라진 틈새를 꼭 붙잡았다
밤이 짙어지면, 나는 담벼락에 부딪혀 떨어지는 하얗게 식은
별빛가루를 주워 먹고 내가 태어난 곳을 향하여 기지개를 켰다
찬바람이 한발자국씩 뒷걸음질 칠 때마다 내 몸의 부피는
점점 얇아갔다
얼굴 하얀 소녀가 시골 외갓집에 놀러 왔다
소년은 가슴이 콩콩거리는 것을 참아내며 장날 할머니를 졸라서
사온 조그만 노란 머리핀을 내밀었다
가까스로 별빛 털어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소리를 끌어 모아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뿌리가 튼튼해지자
나는 갈라진 틈사이로 힘차게 고개를 내밀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보였다, 제비꽃의 속살거림도 보였다
나비의 입술이 목덜미에 간지럼을 피우자 노란 꽃들이 터졌다
지나가던 그 애가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엄마!
여기 내 머리핀 떨어졌어요
응~ 그래, 어디보자! 아가야~ 네 노랑머리핀은 아직 머리에 꽂혀 있구나!
이것은 아가의 머리핀이 아니고 엄마가 어릴 때 잃어버린 머리핀이
땅 속에 묻혔다가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다음,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엄마가 지나다니는 길가에 피어난 꽃이란다!
노란 민들레 꽃 속에서 한 소년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